비즈니스 임팩트는 유저의 인사이트와 주인의식에서 나온다.
어떤 일이든 결과를 바꾸는 힘은 결국 그 일을 ‘내 일’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주인의식은 어디서 생길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두 가지다. 주도성과 함께하는 즐거움.
먼저, 주도성이 있어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 누군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 안에서, 그저 지시를 따라가는 일에는 애착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결정하고, 내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는 다르다. 작은 기능 하나라도,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그건 내 일이 된다. 그런 순간 우리는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 아무리 주도성이 있어도,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삭막하면 주인의식은 금방 사라진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좋더라도, 협업이 힘들고 매일 눈치만 봐야 하는 환경이라면 애착은 생기기 어렵다. 반대로,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팀이라면 작은 아이디어도 쉽게 꺼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에 녹아들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건 우리가 만든 거야’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주인의식은 개인의 태도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주도성을 존중해주는 환경,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그 안에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코드를 넘어서, 진짜 가치를 만드는 일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도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싶다.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주인의식이야말로,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진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완성보단 진화
개발자라면 결국 뭔가를 ‘만드는 사람’인데, 나는 가끔 내가 뭘 만들고 있는지, 그게 진짜 가치가 있는 건지 고민한다.
SI 프로젝트를 할 때는 늘 비슷했다. 요구사항 문서가 내려오고, 기능을 구현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끝. 코드가 돌아가면 프로젝트는 성공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내가 만든 기능이 유저에게 편리했는지, 혹은 불편했는지, 그런 건 피드백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돌아올 기회조차 없다. 개발은 거기서 끝나고, 나는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간다.
처음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쌓였다. ’나는 그냥 정의서대로 코드를 짜는 사람일까?’ 기능을 완성하는 게 전부라면, 내 코드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면, 그건 너무 공허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됐다. 나는 SI보다는 내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든 서비스가 유저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보고 싶고,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 잘한 점은 더 키우고, 부족한 점은 고치고, 그렇게 유저와 함께 진화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단순한 기능 구현에만 포커스를 둔다면 언젠가는 AI가 그 역할을 다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AI가 코드 작성을 도와주고 있다. 요구사항이 명확하고 로직이 단순하다면,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유저의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비즈니스와 기술 사이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일. 이건 단언코 현 시점에서 AI가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람만이 유저의 감정을 읽고, 불편함을 공감하고, 더 나은 경험을 상상할 수 있다.
개발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일이 아니다. 코드는 도구일 뿐, 본질은 문제 해결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이다. 앞으로도 코드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AI 시대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람이 만드는 가치는 여전히 빛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완성’이 아니라 ‘진화’다. 그리고 그 진화는 늘 유저로부터 시작된다.
백엔드는 화려하지 않다.
유저의 경험을 따지는것은 백엔드와는 어울리지 않지 않느냐? 절대 아니다. 무대를 밝게 비추는 조명감독이 가장 어두운곳에 있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가장 많은 죽음을 보는거처럼 완벽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백엔드 개발자는 가장 많은 예외와 오류를 마주하게 된다.
유저에겐 클릭 한번으로 끝낸 작업이지만 뒤에는 백엔드 개발자가 만들어낸 수많은 질서가 있다.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순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뒤에는 무너질 뻔한 시스템을 지켜낸 수많은 로그와, 보이지 않는 버그와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
백엔드는 화려하지 않다. 누군가의 스크린을 빛내는 화려한 UI도 아니고, 드러나는 성과도 많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당연하게 작동할 때, 그 평온함을 만들어낸 사람은 늘 백엔드다. 어쩌면 가장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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